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1950~ )는 인간의 몸을 이용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이다. 자신의 몸이든 다른 사람의 몸이든 ‘인간의 몸’은 작품에 있어서 변함없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관계와 모든 종류의 환경 속에서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표현으로 이어진다. 몸을 이용해 틀을 만들어 납이나 철로 형상을 뜨거나, 기하학적 형상으로 단순화시킨 작품들은 바닷가, 들, 도로변, 그리고 도심의 건물 등 평범하지 않은 자리에 놓인다.
〈Another time XIII〉는 2m에 가까운 훤칠한 키의 남자를 형상화한 작품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의 몸을 직접 캐스팅하여 무쇠 주물로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자기의 몸을 뜨는 과정은 수련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동양의 명상에서 얻은 감성이다. 붉은 갈색의 녹이 짙은 이 작품은 부산시립미술관 앞 정원의 한가운데에서 미술관을 오가는 많은 사람과 무언의 소통을 하고 있다.
작가명
유영교
작품명
삶의 이야기
제작년도
1983
재료
트라베스티노 잘로석
규격
60×50×122cm 외 3점
작품설명
유영교(1946~2006)는 구상조각 작가로 돌을 이용해 서정적인 구상세계를 작품화 한다. <삶의 이야기>는 초기 서정적 돌조각의 대표작으로 이태리 유학시절 로마 현지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당시 작가의 전형성이 잘 표현되었다. 다공질의 퇴적된 흙의 무늬가 잘 드러나는 트라베스티노 대리석이라는 다소 생소한 석재로 제작된 이 작품은, 석재의 밀도가 높지 않아 가공할 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태리 유학시절을 통하여 여러 종류의 석재를 많이 다루어본 경험 때문에 흔히 다루지 않는 다공질 대리석을 선택했으며 이런 점은 작가로서 또 하나의 장점이 되고 있다. 작품은 모두 다섯 명의 남녀로 구성되어있다. 사람이 조용히 모이거나 혹은 혼자 있거나 취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표현된 이 작품은,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한국 사회의 가족, 삶에 관한 특유의 서정적 이미지를 보다 강렬하게 자극하는 작품이다.
작가명
황승우
작품명
삶의 동기들
제작년도
2009
재료
화강암(영천석,황등석)
규격
500x400x500cm
작품설명
황승우(1960~)는 조각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재료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이다. <삶의 동기>는 마치 서류와 지층이 겹겹이 쌓인 높은 탑을 연상하게 한다. 영천석과 황등석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스트리트 퍼니쳐처럼 앉거나 기댈 수 있는 친근함을 주는 조각작품으로 화강암의 굵은 입자가 감성적인 마티에르를 드러내면서 석재의 성질과 기법을 조화롭게 운용한 모습이 특징적이다. 여러 겹의 종이 뭉치들이 서로 엇갈리게 얹혀있는 형태를 통해 현대적 삶의 형식을 반추하게 하는 작품으로 단단한 석재를 다듬어 종이의 이미지를 형상화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물질 중의 하나인 종이생산물들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을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실현하면서 주관과 객관의 경계에서 화해를 시도하고 상호 교차적 소통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김도형은 부산을 기반으로 공공미술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개입을 통해 일상의 사물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일상의 사물들, 또는 일상의 상황 등, 그것의 단순화된 이미지,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의 ‘재구성’를 통하여 본래 가질 수 있는 의미를 탈락시키고 새로운 의미가 떠오르도록 가능성을 열어두는 작업에 몰두한다.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의 작업들은 일상적 오브제의 직접적 차용이 아닌 그들의 단순화된 기호를 차용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지닌 새로운 의미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즐거운 상상>은 고흥석과 마천석 두 종류의 화강암으로 제작되었다. 하계 휴양지인 해운대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고무튜브를 모티브로하여 스트리트 퍼니처의 기능을 가미한 조형 작품이다. 부산을 생각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여름의 추억을 상상할 수 있는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작가는 석재라는 무거운 재질로 가벼운 대상을 표현한다는 모순적인 관계를 통해 이면이 보이지 않는 속성과 고정된 사고에 대해 인식하고 감각을 새롭게 열어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작가명
정희욱
작품명
나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제작년도
2010
재료
화강암
규격
110x66x242cm
작품설명
정희욱(1962~)은 인간의 두상을 통해 역사 속 조상의 원류를 찾고 있는 부산작가이다. 그는 작품을 발굴한다고 한다. 즉, 그의 모든 작품은 그가 ‘발굴’한 것들이다. 그에게 ‘발굴’의 의미는 그의 눈에 닿아 그에게 취득됨이며, 그의 손을 거쳐 형상으로 태어남이다. 작가는 공허한 조형논리가 아닌 본질의 중요함을 체득하며 변화에 대응하면서 본질에 충실함을 표현한다. <나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는 정희욱의 미술세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로, 비석, 동상의 외형적 형태를 가져와 인간의 원류에 대한 인간의 탐구 욕망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명
이일호
작품명
정신과 물질
제작년도
1998
재료
화강암
규격
360x250x500cm
작품설명
이일호(1946~)는 문학과 영화, 성, 나르시시즘적 몽상이 깃든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예술관을 가지고 독특한 조형미와 상상력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작가다. <정신과 물질>은 사각의 조형 요소를 기본으로 기호학적 요체로 쌓아 올린 17개의 화강석 덩어리로 퍼즐처럼 조합된 작품으로 우주의 운행방식을 인간의 형상에 빗대어 표현한 휴머니즘의 본질에 입각한 작품이다.
작가명
데니스 오펜하임(Dennis Oppenheim)
작품명
Black 1991-2007
제작년도
2007
재료
철
규격
212(∅)×158cm×3pcs, 188.7(∅)×245cm×3pcs
작품설명
데니스 오펜하임(Dennis Oppenheim, 1938~2011)은 행위예술, 대지예술, 조각, 사진, 비디오, 개념미술, 기계요소와 산업요소, 불꽃, 그 자신의 몸까지, 그가 할 수 있는 한의 모든 재료를 사용하여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일상적인 사물을 비틀고, 변형시키고, 확대시켜 우리 주변의 일상을 낯설게 만들고 조각과 건축이 결합된 대형작업을 통하여 끊임없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모색해왔다. 데니스 오펜하임은 개념미술과 대지미술의 이상적인 결합으로 마르셀 뒤샹의 미국 내 계보를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Black 1991-2007〉은 ∮158×212cm사이즈의 티팟 3점과 ∮245×188.7cm사이즈의 냄비 3점, 총 6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구설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1991년 뉴욕에서 유리섬유로 임시 제작되었으며 곧바로 파기되었다. 작가가 정한 에디션은 2개이지만 나머지 한 개를 제작하기 전 작가가 작고하여 현재 2007년에 제작된 작품이 유일한 것이다. 본 작품은 2011년 프랑스 생테티엔 미술관에서 가진 개인전과 2012년 부산시립미술관 “Speaking Artists"전에 출품되었던 이력이 있다.
작가명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
작품명
216.5 ARC × 11
제작년도
2005
재료
코르텐강
규격
320x400x200cm
작품설명
프랑스의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베르나르 브네(Bernar Venet, 1941~)는 현재 르 뮈(Le Muy)에 근거지를 두고 파리, 그리고 뉴욕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960년대부터 브네는 프랑스 미술의 전통에 싫증을 느끼면서, 미국 형식주의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에 매료되었다. 이후 그는 전례 없이 급진적인 예술적 경험과 미학적 창작에 착수했다. 미술의 목적을 ‘미(美)가 아닌 지식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수학적 기호학에서 나온 ‘단의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형식적 급진주의에 바탕을 둔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창조했다. 1979년부터 그는 단의성의 개념을 넘어 열린공간 속에 부유하는 ‘비결정적인 선(indeterminate line)’을 통해 철 조각의 전통적인 규범에 도전하고 역동적인 현대 조각의 비전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개념을 설명하는 용어이기도 한 이 비결정적 선은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이것은 자, 컴퍼스, 각도기 같은 도구가 생성해 낸 ‘문명화된 기호’가 아니라 자연발생적이며 통제되지 않는 야성적인 선이다. <216.5 ARC×11>은 무거운 철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개방된 공간에서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필치로 공간 드로잉을 한 작가의 대표작품 중 하나이다
작가명
임동락
작품명
성장
제작년도
1983
재료
청동
규격
220x220x500cm
작품설명
임동락(1953~)의 작품세계는 모든 생명과 자연의 생성원리에 의한 음과 양이라는 대조적인 공존을 탄생과 성장이라는 무한한 에너르기를 통해 느끼도록 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매우 기하학적인 성격의 형태로 고대 그리스나 오리엔트 등의 우주 생성의 원리를 연상케 하는 작업으로 작품을 창출하여 왔고 또 기하학적인 형태의 기본을 제시하고 형태의 다양성을 추구해 온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대리석이나 철, 청동을 기본 재료로 우주 삼라만상의 창조적인 원리를 자신의 조형세계로 환원시키고 있다. <성장>은 선과 형태의 대립이 모든 형태의 대위법에 근거하여 자연과 인위적인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되어진다. 그 조형성 또한 무한과 유한, 자연의 생성원리에 근거한 작품으로 성장이라고 하는 생에 대한 프로세스를 작품에 투영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따라서 이 작품은 자연법칙에 걸맞는 오묘한 복합체로서 탄생과 성장을 통한 형태의 무한한 가변성과 가능성 그리고 다양성의 시도가 잘 드러나는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