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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헌X부산시립미술관] 점과 시간 사이의 무한한 층위 참여작가

작성일
2026-03-16 10: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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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씨는 흑백의 절제된 화면을 통해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 층위를 탐구한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디자인 현장을 거친 그의 작업은 불교적 사유인 무아(無我)’에 근간을 둔다. 이는 작가의 자아를 내세우기보다 스스로를 비워 타자와 세상의 보편적인 본질을 수용하려는 시도다.

화면에 일관되게 등장하는 무표정한 인물은 우리 모두의 투영이다. 한지 위 먹과 아크릴의 중첩으로 완성된 이들은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정서적 파동과 사유의 흐름을 묵묵히 연기한다. 작가는 언어를 넘어선 마음의 깊이를 검은 레이어의 층위로 치환하며, 관객에게 시각적 고요함과 철학적 성찰을 동시에 선사한다.

 

김미래의 작업은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내밀한 감정의 층위를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작가에게 감정은 찰나의 폭발이 아니라, 일상의 이면에 겹겹이 쌓이고 숙성된 시간의 앙금에 가깝다. 작가는 이렇게 채집되고 여과된 감정의 파편들을 드로잉으로 형상화하고, 이를 연출된 상황 속에 배치하여 하나의 가변적인 서사를 구축한다.

최근 작가는 캔버스의 평면성을 넘어 오브제를 결합하는 형태적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매체의 확장을 통해 정서적 긴장과 무게를 온전히 수용하려는 시도이다. 견고한 물성을 가진 오브제들과 드로잉의 유연한 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가는 삶의 가변성을 예술적 서사로 기록하며 보이지 않는 정서적 무게를 촉각적인 조형 언어로 승화시킨다.

 
박영환은 먹과 한지라는 근원적 매체를 통해 삶의 가변성과 그 구조적 질서를 추적한다. 작가에게 구체는 응축된 시간과 삶의 단면을 담아내는 최소 단위이며, 화면 위에서 구체들이 맺는 유동적인 관계는 고정되지 않은 존재의 속성을 투영한다.

 최근의 작업은 평면을 넘어 창이나 프레임 같은 건축적 요소와 결합하며 사유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때 은 기억과 현실이 충돌하고 화해하는 경계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층층이 스며든 먹의 궤적은 보이지 않는 시간의 무게를 촉각적인 층위로 치환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삶의 다층적 구조를 직시하게 한다. 박영환은 이렇듯 정교하게 설계된 조형적 변주를 통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존재가 정립되는 방식을 밀도 있게 기록하고 있다.

 

조정현은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AI) 기술과 예술적 사유를 결합하여, 기술과 생명이 공존하는 미래의 생태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업에서 펭귄은 박제된 과거와 생명력을 모방하는 로봇이라는 양가적 지점을 오가며 존재의 가변성을 드러내는 핵심 매개체다.

작가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도구를 넘어 비가시적인 기술의 불확실성을 시각화하는 디지털 박제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인공적 알고리즘과 유기적 생명력이 충돌하는 그의 화면은 SF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기술 이면의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조정현은 이러한 실험적 조형 언어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마주할 새로운 관계의 지형과 인간다움의 본질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