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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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으로 인식하는 물질의 세계, 스가 키시오 ‘주광화’ 스가 키시오(1944-~)는 일본 이와테현 출신이다. 1968년 도쿄 타마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활발하게 작업과 저술 활동을 이어 온 일본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스가는 ‘모노파’ 운동의 선발주자로, 이우환과 함께 모노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스가는 평면에서 설치, 조각,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흔히 비어있다고 여겨지는 ‘공간’에 ‘물질’의 배치를 통해 개입함으로써,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스가의 작업에서는 202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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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통제를 벗어난 베트남 미술, 쩐반깐 ‘꽃 I’ 흐느적거리는 둣한 필압과 자유롭고 생생한 붓질의 흔적은 꽃의 생동감을 그대로 전하는 것 같다. 터치 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빨리 그린 티도 나지만 어딘가 비어있다는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한 마디로 잘 그린 꽃 그림이다. 하지만 이 그림의 미술사적 의미가 마냥 꽃 그림에 머물지는 않는다.‘꽃Ⅰ’은 쩐반깐(Tran Van Can, 1910~1994)이라는 베트남 출신 화가가 그렸다. 베트남 전통 옷칠공예를 현대미술의 표현도구로 격상시켰으며, 베트남 사회주의 미술과 민족미술의 형성에도 큰 기여를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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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적 서정성 지닌 서양화, 이림 ‘해녀’ 이림(1917~1983)은 경남 마산 출신의 화가로, 한의사 가문의 3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본명은 이정규이며, 이림이라는 이름은 작가 활동을 시작하며 사용했다. 그림에 뜻이 있었으나 의사 가문에서 의학이 아닌 미술을 전공한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다.이림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1936년 서울로 가서 조선미술원에서 서양화가 박광진에게 유화를 배웠다. 조선미술원은 1936년 도쿄미술학교 출신 서양화가 박광진과 조각가 김복진이 창설한 미술학교 형태의 연구소이다. 박광진 화풍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림은 이듬해 도쿄 제국미술학교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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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민중의 참혹한 현실, 강홍윤 ‘생존(모자)’ 전남 진도 출생인 강홍윤(1936~)은 195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1961년까지 춘천사범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하다, 군 제대 후 1964년 대한조선공사에 근무하면서 부산에 정착했다. 1974년 뇌혈전증으로 3여 년간의 투병 휴직 시기를 거쳐 1985년까지 대한조선공사에서 일하며 작업과 생업을 병행했다.작가는 1983년 창립한 부산창작미술회의 회원으로 활동했고, 부산여자대학·동의대 등에서 강사로도 활동했다. 2016년에는 부산 1세대 화가인 송혜수의 작가 정신 계승과 지역 미술발전을 위해 제정된 송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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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연의 향연, 김은주 ‘무제’ 김은주(1965~)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여자대학교(현 신라대학교) 미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도 부산에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2021년 김은주 작가의 작품이 부산시립미술관기획전에 출품되고 그 해 작품 한 점이 수집됐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김은주 작가의 작품을 총 4점 소장하고 있다.김은주 작가의 작업은 종이, 벽지 그리고 연필과 크레용으로 첫선을 보였다. 작가에게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는 기표는 인체였다. 눈과 손이 반사 반응에 가까울 만큼 직관적으로 대상을 포착하는 인체드로잉은 미술가들 사이에서도 까다롭게 여겨진다.신체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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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잠식하는 후기 자본주의 형상화, 노원희 ‘집의 세월 3’ 노원희(1948~)는 1980년대 ‘현실과 발언’ 동인의 일원이 된 이후 꾸준히 우리 자신의 현실을 어떻게 회화로 보여줄지 고민했다. 1980년대 그를 사로잡았던 주제는 공권력이 자행하는 폭력과 도시의 빈민 노동자의 형상이었지만, 민주화 이후 빠르게 변해가는 정치·사회·문화적 상황 속에서 가족과 집, 이웃 등의 일상에 눈을 돌렸다.그 중에서도 집은 노원희의 주요한 모티브 중 하나다. 1980년대 정치 권력을 비판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경제와 자본 논리가 일상을 잠식하는 후기자본주의 시대를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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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억하기,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기념비’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1949년의 논문에서 한 금언이다. 이 진술은 사실 예술의 금지라기보다 ‘트라우마 장사’에 예술이 함몰되는 것에 대한 경고이지만, 여전히 파국에 접근하는 예술의 주변을 강력하게 맴돈다.이런 맥락에서 우리에게 ‘홀로코스트 작가’로 잘 알려진 유대계 프랑스인 작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에 대한 눈초리도 상당히 엇갈려왔다. 홀로코스트를 일개 예술가가 작품의 소재로 삼는 것이 윤리적으로 위험하지 않은가? 심지어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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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인간 그리고 자연의 생명력, 방정아 ‘복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방정아(1968~)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일상적이고 친숙한 동시대 풍경과 우리 주변의 일상적 장소 그리고 일상에 드러나지 않던 이야기와 사건을 소재로 작업한다.방정아의 작업은 단순히 일상을 넘어, 이를 관통하는 시간과 역사의 흐름이 만나게 되는 매개체로서 작동한다. 그녀는 1980년대 민중미술 2세대 작가로 활동하였고, 리얼리즘 회화와 부산형상미술의 영역에서 작업하며 삶의 보편성에 묻힌 개개인의 서사를 드러냈다. 잔잔한 일상이 가진 모순과 분노, 소외에 대한 시선을 특유의 색채로 담아냈다.1990년대 초기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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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별한 몸을 탐색하다, 이형구 ‘Enlarging My Right Hand with Gauntlet 1’ 이형구(1969~)는 20여 년간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이다. 홍익대와 예일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귀국 후 2004년 성곡미술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전, 2006년 삼성리움미술관 ‘아트스펙트럼’전 등을 거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 이탈리아 산드레토 르 레바우뎅고 파운데이션, 2007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인전, 2008년 스위스 바젤 자연사박물관 전시 등 해외 미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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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영 ‘하얀숲 White forest’ 정만영 작가는 부산을 거점으로 한국, 일본, 미얀마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작가이다. 부산대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일본 동경대 대학원에서 첨단예술을 접한 이후 매체 중심의 실험적인 작업을 꾸준히 선보였다. 정 작가는 현재 사운드 중심의 설치 작업이라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미디어 실험 초기 작업 때는 대나무를 뼈대로 세우고 영상프로젝션을 활용한 거대한 미디어설치작업 ‘베이직 미디어(Basic media)’로 빛과 구조화된 공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한 도시 풍경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202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