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연작은 이우환의 작업 전체가 그렇듯이 공간과 여백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전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바람>이나 <조응>연작에 비해 더욱 궁극의 공간을 사유하면서 여백을 강조하게 된다. <대화>연작은 주로 캔버스에 한정적인 이미지가 그 외부와의 관계를 설정하면서 드러난다. 캔버스의 이미지는 어떤 존재, 이를테면 하나의 신체성을 드러내는데, 그 신체는 단독으로 존립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의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 작가는 “유일하게 자기와 외부관계를 확인시키는 것은 신체밖에 없으며, 신체는 외부와의 직접적인 소통도구”라 했다. 결국 그것은 신체와 외부와의 긴밀한 대화를 표상하는 것이다. 이른바 ‘여백의 미’는 동양 전통 사유체계를 통해 획득된 미감이지만 이우환은 가장 현대적이고 범세계적인 언어로 ‘여백’을 해석한다. 이우환의 작업이 서구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 받으면서도 ‘단색화’라는 새로운 미적 사유체계의 중심을 이끌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